종합
조선일보
2026-03-27T21:00:00
[오늘의 와인] 500년 전 탐험가들이 쫓던 향기를 담아…프레이 게뷔르츠트라미너 슈페트레제
원문 보기15세기 대항해시대의 파고를 넘던 마젤란과 콜럼버스의 나침반은 금괴가 아닌, 작고 보잘것없는 말린 꽃봉오리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정향(Clove)’이다. 정향은 육류 요리나 소스, 베이킹, 그리고 뱅쇼·차 등 향을 더하는 데 사용되는 향신료다. 당시 유럽에서 정향은 단순히 식재료를 넘어선 권력의 화폐였다. 인도네시아의 작은 섬에서만 자생하던 귀한 향신료가 아랍 상인과 베네치아 상인을 거쳐 유럽에 도착할 때쯤엔 그 무게만큼의 금값과 맞먹는 가치를 지녔다. 귀족들의 연회에서 정향을 듬뿍 뿌린 요리를 내놓는 것은 곧 자신의 가문이 가진 부와 영향력을 증명하는 가장 화려한 수단이었다.이 작고 매콤한 향기를 선점하기 위해 탐험가들은 기꺼이 목숨을 걸고 미지의 바다로 돛을 올렸다. 당시 유럽에서 인도에 이르는 항해는 선원의 절반 이상이 폭풍우로 목숨을 잃는 처절한 사투였다고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멈추지 않았던 이유는 적재함 가득 정향, 육두구 등 향신료를 채워 귀환하면 가난한 선원도 단숨에 거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의 지도는 향료를 찾아 떠난 열망의 궤적이던 셈이다. 그 중심에는 코끝을 찌르는 정향의 강렬한 아로마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