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08T15:43:00

[일사일언] 묵묵히 일하는 이의 품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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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리수거장이 ‘업무 공간’인 아저씨가 있다. 아침에 가도, 늦은 오후에 들러도 어디선가 스르르 나타나 뒷정리를 하신다. 꼼꼼하지 않은 주민들은 테이프가 덕지덕지 붙은 상자를 대충 던져놓거나, 분리수거가 불가능한 플라스틱 용기를 내놓거나, 비닐류를 모아두는 곳에 슬쩍 종이를 끼워 넣기도 한다. 제멋대로 분리한 쓰레기들을 뒤적여 아저씨는 진짜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어떨 때는 분리수거장 문밖까지 나와 “제가 정리할 테니 두고 가세요”라며 입주민의 손을 가볍게 해주신다. 뚜껑에 축축하고 불쾌한 때가 끼어 있기 일쑤인 음식물쓰레기통도 틈날 적마다 싹싹 닦아 놓으시고, 깔끔하게 버리지 못한 음식물쓰레기의 물기가 바닥에 남지 않도록 신경쓰신다. 여름에는 선풍기를 틀어 놓고, 겨울에는 온풍기를 돌리며 음식물쓰레기통을 마치 가꿔야 할 대상처럼 관리하신다. 얼마나 쓸고 닦으시는지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우리 집 거실보다 깨끗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