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 남극서 찾은 화석…알고 보니 첫 공룡뼈였다
원문 보기[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40년 전 남극에서 채집된 뒤 영국 연구기관 서랍 속에 보관돼 있던 화석이 남극 대륙에서 확인된 첫 공룡뼈로 판명됐다. 연구진은 이 화석이 목과 꼬리가 긴 초식 공룡군인 티타노사우루스류의 꼬리뼈라고 밝혔다.29일 BBC에 따르면 이 화석은 1985년 남극반도 인근 제임스 로스섬에서 발견됐다. 당시 조사팀은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지 못했고,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영국남극조사소(BAS)의 지질 표본 수장고에 보관돼 왔다.최근 이 화석을 다시 살핀 고생물학자들은 뼈 양끝의 움푹 팬 부분과 둥근 돌출부 등 꼬리뼈 관절 구조를 근거로 티타노사우루스류의 뼈라고 결론 내렸다. 남극에서는 공룡 화석이 드물게 발견되는 만큼, 이번 확인은 과거 남극이 공룡 서식지였음을 보여주는 단서로 평가된다.이 화석을 수장고에서 다시 찾아낸 사람은 BAS의 표본 관리자 마크 에번스 박사다. 그는 수십 년간 남극 탐사에서 가져온 수천 점의 표본을 살펴보다가 이 화석을 찾아냈다.화석의 최초 발견 기록은 지질학자 마이크 톰슨 박사의 현장 노트에 남아 있었다. 1985년 12월9일자로 적힌 노트에는 작은 그림과 함께 “큰 파충류의 척추”라는 설명이 붙어 있었다. 크기는 지름 약 10㎝로 기록됐다.에번스 박사는 당시 조사팀이 이 뼈를 공룡이 아니라 바다에 살던 고대 파충류의 것으로 봤을 가능성이 크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그는 화석의 형태를 보고 공룡 꼬리 쪽 척추뼈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그는 영국 자연사박물관(NHM)의 고생물학자 폴 배럿 교수에게 확인을 맡겼다. 배럿 교수는 화석 한쪽 끝의 움푹 들어간 부분과 반대쪽의 둥근 돌출 구조를 근거로 티타노사우루스류의 꼬리뼈라고 판단했다.배럿 교수는 이 구조가 티타노사우루스류 꼬리뼈에서 보이는 공 모양·소켓 모양의 관절 형태와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BBC에 “처음 보자마자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며 “티타노사우루스류에서만 보이는 특징 조합”이라고 말했다.티타노사우루스류는 네 발로 걷는 초식 공룡군이다. 긴 목으로 나무의 잎을 먹고, 긴 꼬리로 몸의 균형을 잡았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종이 넘는 티타노사우루스류가 확인됐다.이 공룡군에는 몸길이 35m, 무게 60t에 이르는 거대종도 포함된다. 다만 이번 남극 화석이 속한 개체는 꼬리뼈 크기로 볼 때 몸길이 약 7m였던 것으로 추정된다.배럿 교수는 이 공룡이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어린 개체였거나, 성체였더라도 티타노사우루스류 가운데 비교적 작은 개체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아직 이 화석만으로 정확한 종을 단정하지는 않았다.이 공룡은 약 8200만년 전 백악기 후기에 살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오늘날 얼음으로 덮인 남극과 달리, 당시 남극은 울창한 숲으로 덮여 있어 초식 공룡이 먹이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었던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남극은 두꺼운 얼음 때문에 암석 속 화석 기록이 드러나기 어렵다. 혹한과 접근성 문제로 현장 조사도 쉽지 않아 다른 대륙보다 공룡 화석 연구가 더디게 진행돼 왔다.연구진은 이번 화석이 남극에서 공룡이 확인된 첫 기록을 뒷받침하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배럿 교수는 “오늘날 사람이 살기 어려운 곳으로 여겨지는 남극이 한때는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땅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