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15T15:30:00

두 거장은 왜 밤마다 지하철 공사장을 누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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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에서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독보적인 조형 언어를 창조한 예술가에게만 수여되는 훈장과도 같다.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만의 철학을 작품에 구현했다는 뜻이고, 독창성은 시대를 넘어 감동과 영감을 전하는 힘이 된다. 이탈리아 출신 화가 아메데오 모딜리아니(1884~1920)가 그런 예술가에 해당한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그림 사이에 걸려 있어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그의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잔 에뷔테른을 모델로 한 초상화 앞에서도 곧장 느낄 수 있다. “아, 모딜리아니 그림이다!” 화면 속 인물은 실제 인체 비례와는 다른 모습으로 그려졌다. 실물보다 훨씬 길게 늘어져 있다. 가늘고 긴 코, 비대칭 아몬드형 눈, 가면 같은 타원형 얼굴. 이 모든 요소는 모딜리아니라는 이름을 곧바로 떠올리게 하는 고유한 표식이다. 특히 눈을 주목하자. 눈동자가 없다. 그 대신 신비한 푸른빛으로 가득 차 있다. 생전의 모딜리아니는 잔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고 전해진다. “내가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됐을 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