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16T15:41:00
[일사일언] 캐나다에서 ‘국민 의례’처럼 하는 일
원문 보기얼마 전 두 명의 한국계 캐나다인 작가가 쓴 희곡을 낭독하는 공연에 배우로 참여했다. 갑작스럽게 ‘처녀 귀신’이 된 두 코리안 디아스포라 여성이 캐나다 사후 세계에 남아 ‘디아스포라 조상’이 될 것인지, 한국의 사후 세계로 돌아갈 것인지 선택을 강요받는 판타지 코미디극이다. 작가들의 디아스포라 경험이 다분히 녹아 있는 유쾌한 작품이었다. 함께 작업하면서 ‘영토 인정(Land Acknowledgement)’이라는 것을 처음 접했다. 캐나다의 공연장이나 대학, 공공기관 행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관례다. 행사를 시작하기 전 “우리가 지금 서 있는 이 땅은 원래 어느 원주민 공동체의 영토였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이다.처음에는 낯설었다. 한국에서는 누군가 행사를 시작하며 “이곳은 원래 어떤 부족의 땅이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러나 캐나다 친구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절차였다. 우리 공연에서도 매번 공연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이 관행은 캐나다 정부가 오랫동안 원주민들을 강제 동화시키고 토지를 빼앗아온 역사에 대한 반성에서 비롯됐다. 국가가 과거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간이 누구의 희생 위에 만들어졌는지를 기억하자는 행위다. 실제로 많은 사람은 이것이 역사적 책임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