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7-17T15:40:00

[편집자 레터] 다시 서늘한 계절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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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겨울의 도시에 대해 읽는 건 아마도 현실을 벗어나고 싶기 때문일 겁니다. 열기와 습기가 일제히 달려들어 살갗을 할퀴는 것 같은 이 폭력적인 계절도 언젠가 지나가고 다시 서늘하고 고요한 계절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을 얻고 싶은 마음이겠죠.홋카이도로 휴가를 다녀왔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소설가 민병훈의 에세이 ‘지나간 계절 모두, 북해도’(안온)를 펼쳤습니다. 저자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공항이 셧다운될 수도 있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오던 겨울 어느 날 “뭔가를 더는 견딜 수 없는 지경”이라 “이대로 가다간 그것이 터져서 내 삶을 영영 망가뜨릴 것 같”은 상황에서 홋카이도로 떠납니다. “그저 하얀 눈이 모든 걸 덮어버린 풍경과 고요한 적막 속을 걷고 싶었다. 뚜렷한 이유도 목적도 없이 공항 게이트 의자에 앉아 동이 트는 활주로를 바라봤다. 탑승 수속을 기다리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 다섯 명도 되지 않았다. 다시는 이런 순간을 경험하지 못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 얼마간 시간이 흐르고 착륙을 알리는 안내 방송과 함께 눈을 뜨자 창밖으로 하얗게 안정된 세상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