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22T15:30:00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은 맛
원문 보기삐걱거리며 철제문이 열렸다. “너희 있니?” 작은이모였다. 안경을 끼고 목소리 톤이 높았던 작은이모는 자주 우리 집에 왔다. 부모님 모두 시장 가게에 나가면 집에는 오롯이 나와 동생 둘뿐이었다. 지금처럼 학원 뺑뺑이를 돌 만한 여유도 없었고 그런 시절도 아니었다. 어린 사촌동생들 때문에 이모는 따로 일을 나가지 않았다. 아마 어머니의 부탁이 있었겠지만, 덕분에 가끔이라도 우리 집을 찾을 수 있었다. 이모는 빈손으로 오는 일이 없었다. 그날 꽃무늬 자기 그릇에 담긴 것은 전에 본 적 없는 빨간 국수였다. “이게 스파게티라는 거야. 한번 먹어볼래?” 피자나 햄버거 정도는 먹어봤지만 스파게티는 처음이었다. 비빔국수인 줄 알고 먹었던 스파게티에서는 케첩의 단맛이 강하게 묻어났다. 시간이 지나 면도 불어 있었다. 이모는 “이건 이렇게 먹는 거야”라며 일부러 포크도 들고 왔지만 깨작거리는 우리를 보며 “맛이 없니?”라고 물었다. 멋쩍게 웃는 이모의 모습에 동생과 나는 “아니요”라고 일부러 크게 말하고 그릇을 다 비웠다. 그때 그 스파게티 한 그릇이 얼마였는지 나는 모른다. 다만 어른이 되어 메뉴판 앞에 설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따라붙었다. 스파게티, 이른바 파스타는 왜 바지락 칼국수보다 비싸게 받는가?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인테리어, 인건비, 재료비 같은 전문적인 용어를 덧붙여야 한다. 누구나 폭리를 말하긴 쉽다. 하지만 면도 기름도 수입산이고, 사람 손값은 더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