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9-02T15:40:00
[일사일언] 스승을 찢고, 춤을 잇다
원문 보기안무가이자 무용수 안은미는 ‘안은미’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잘 훈련된 특별한 몸만을 춤의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할머니와 청소년, 중년 남성, 장애인 등 비전문가를 무대로 불러냈다. 저마다 다른 몸에 새겨진 기억과 역사를 발견하고 그것을 움직임으로 꺼내게 했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전시 ‘안은미래’에서 그를 만났다. 한 무용가의 역사를 무대가 아닌 미술관에 전시한다는 것부터 경계를 허무는 일이었다. 1층 전시장에 들어서자 춤을 배운 적 없는 사람도 몸을 흔들고 싶어졌다. 곁에 선 안은미에게 “선생님, 저와 춤 한번 추실래요?”라고 묻는다면 금세 함께 움직여줄 것 같았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언제나 아름다운 무용수 김혜경이 있었다.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다 2018년부터 안은미 무용단에 정착한 현대무용가. 얼마 전 김혜경은 세종문화회관의 여름 기획 공연 ‘싱크 넥스트 26’을 통해 7년 만의 신작 ‘묘묘: 고양이 무덤’을 통해 홀로 섰다. 공연을 앞두고 1998년 ‘무덤 시리즈’를 다시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김혜경의 제안에 안은미는 “그럼 네가 해보라”고 답했다. 자신의 대표작을 성역으로 지키지 않고 제자에게 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