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8-04T15:37:00
[일사일언] 아빠의 007 가방
원문 보기어린 시절, 방문 틈 사이로 하얀 전구 빛이 새어 들어오면 짐짓 잠든 척했다. 달큰한 술 냄새가 비치면 머리맡엔 언제나 ‘제크’ ‘빠다코코넛’ ‘롯데샌드’ 같은 과자 봉지가 놓였다. 그때마다 아빠는 내 귀에 대고 말했다. “미래엔 영어를 해야 한다.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해. My English is very well. See you tomorrow 딸.” 혹여 깨어 있으면 아빠와 ‘콩글리시’ 대화를 나눠야 했기에 나는 눈을 더 꼭 감았다.“네 아빠는 묘한 사람이야. 현실에 살지 않아서 가끔 미래에서 온 사람 같아…. 저번에 어떤 스님이 그랬어. 아빠는 속세를 떠나 승려가 됐어야 했대….” 엄마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