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04T20:00:00
[단독] AI가 두뇌, 로봇이 손… 사람 없이 24시간 실험
원문 보기로봇 팔 하나가 손가락만 한 유리병(바이알)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위치를 가늠하듯 잠시 멈췄다가, 뚜껑 부분을 단단히 움켜쥐었다. 로봇 팔 대신 유리병을 고정한 바닥이 돌아가기 시작하더니 뚜껑이 열렸다. 로봇은 가루 시약을 0.005밀리그램 단위로 떨어뜨리고, 저울로 무게를 재고, 액체 용매를 흔들어 섞었다. 사람 연구원이 개입하지 않고도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AI신약연구원의 ‘자율 실험실’(SDL·Self-Driving Lab)에서 진행된 모의 실험 장면이다. SDL은 인공지능(AI)이 실험을 설계하고, 로봇이 실험을 수행하면, 다시 AI가 결과를 분석해 실험을 이어가는 연구 시스템이다. AI가 ‘머리’, 로봇이 ‘손’ 역할을 맡는다. 사람 없이 불을 꺼둔 채 밤새 실험을 돌린다는 뜻에서 ‘다크 랩’이라고도 불린다. 협회는 지난해 10월 개소해 이달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자율 실험실을 처음 언론에 공개했다. 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소재 개발이나 촉매 반응 연구 등에 AI를 활용하는 실험 환경은 있지만, 실제 AI 신약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SDL로는 국내 최초”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