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7-15T15:40:00
[일사일언] 튀르키예 상공을 지나며 울다
원문 보기지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은 ‘옐로우 레터스’를 보았다. 튀르키예 감독이 만든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개봉되지 않을 것 같아 어떻게 볼 수 있을지 궁리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여행길에 탄 독일 국적기의 좌석 화면에서 우연히 영화를 발견했을 때 이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뜻밖의 횡재였다. 나는 튀르키예어로, 남편은 영문 자막으로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한국인 남편과 외국의 상공에서 서로 다른 언어로 튀르키예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영화를 보게 된 셈이었다.영화를 보면서 나는 몇 번이나 울음을 삼켰다. 주인공은 예술가 부부다. 연극 연출가이자 대학 교수인 남편과 배우인 아내는 국가의 정치 검열로 인해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다.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들의 공연이 갑자기 중단되고, 남편은 대학에서 해고 통보를 받는다. 경찰이 찾아와 아파트 이웃들에게 이 부부를 뒷조사하고, 집주인은 은근히 이사 가라는 눈치를 준다. 대출금마저 갚을 여력이 없어진 부부는 집을 떠나 친정 어머니 집에 얹혀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