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3-20T21:00:00

[데스크 칼럼] 이란전(戰)이 예고한 새로운 세계질서

원문 보기

구소련과의 냉전이 지속되던 1980년대 집권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적국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여러 비밀 작전을 수행했다. 당시 윌리엄 케이시 CIA 국장이 구소련을 와해시킬만한 요인으로 눈여겨본 것은 바로 석유였다. 석유가 핵심 수입원이었던 구소련은 1970년대 고유가 덕택에 경제적으로 악화일로를 걷는 와중에도 근근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점을 노린 레이건 행정부는 사우디가 산유량을 대폭 증가하도록 회유했다. 그 결과 1985년 이후 사우디의 석유 생산량은 하루 200만 배럴에서 500만 배럴로 급증했고, 공급 과잉으로 인해 글로벌 석유 가격이 폭락하면서 구소련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결국 한계 상황에 몰린 구소련은 1991년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미국의 정치 전략가 피터 슈바이처의 저서 ‘Victory’에 나오는 이야기다. 구소련을 붕괴시킨 원인이 석유 하나만은 아니겠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 질서에서 에너지 패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