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다음은 우리?" 글로벌 대기업들, 조용히 '테러 보험' 사재기하는 이유
원문 보기[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이란 발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중동 지역의 전쟁 보험 수요가 급증하고 보험료가 폭등하고 있다. 치솟는 프리미엄과 보상 범위를 둘러싼 보험사와 기업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경제적 후폭풍이 거세지는 형국이다.30일(현지시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 보험 중개업체들에 접수된 신규 전쟁 보험 가입 신청이 평시보다 수백 건 이상 폭증했다. 특히 페르시아만 지역 부동산의 전쟁 위험 보험료는 자산 가치의 6~8% 수준까지 치솟았다. 이는 평시 1%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문제는 전쟁 이전에 비용 절감을 위해 전쟁 특약을 해지했던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전쟁 초기 화재 피해를 입은 두바이의 럭셔리 호텔 페어몬트 더 팜 의 경우, 테러 및 사보타주 보험에는 가입돼 있었으나 전쟁 손실을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특약이 없어 보상 여부를 두고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항공 및 해운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에미레이트 항공은 두바이 국제공항이 이란의 공격을 받은 후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추가 보험료 인상을 요구받아 협상에 진통을 겪었다. 해상 보험 시장 또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약 1000척의 선박이 고립되면서 대규모 클레임이 예고된 상태다. 이미 20척 이상의 선박이 피격되거나 공격 위험에 노출되면서 화물 지연과 선체 손상에 따른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여기에 대이란 제재라는 법적 변수까지 더해졌다. 해상 전쟁 보험은 통상 제재 대상과의 거래를 보상 범위에서 제외하는데, 최근 제재 범위가 확대되면서 합법적으로 보험에 가입했던 선박들조차 보상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런던 소재 로펌 DWF의 조나단 모스 대표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상금을 지급하거나 조사하는 것만으로도 제재 위반의 위험이 있는 지뢰밭 같은 상황 이라고 진단했다.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의 여파가 중동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동 정세 불안이 서구권 내 극단주의 활동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테러 보험 가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로 인한 보험 분쟁이 해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으며, 이는 글로벌 공급망과 물류 비용 상승의 또 다른 원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