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4-27T15:41:00

[일사일언] 말하지 말고 함께 느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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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말은 언제나 부족하다. 애써 말을 입 밖으로 꺼내자마자 의도와 어긋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말을 삼키고 경험의 문을 닫아버린다.리움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티노 세갈 전’은 작품이 남지 않는 전시다. 전시 해설도, 안내 책자도 없다. 작가가 ‘해석자’라 지칭하는 퍼포머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마주하는 오직 순간적 경험만 존재한다. 해석자와 관람객 사이의 물리적 경계도 모호하다. 어떤 해석자는 관람객에게 불쑥 말을 걸기도 하고, 나지막이 노래를 들려주기도 한다. 짝을 지은 두세 명의 해석자들은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이는 섬세한 몸짓을 주고받기도 하고, 서로의 흥얼거림에 음의 높낮이와 속도를 맞춰 메아리처럼 응답하기도 한다. 모든 움직임과 소리가 즉흥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