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AI 시대, 다시 '연결'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원문 보기ⓒ SBS SBS i / RSS 피드는 개인 리더 이용 목적으로 허용 되어 있습니다. 피드를 이용한 게시 등의 무단 복제는 금지 되어 있습니다. ▶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 SBS 뉴스 앱 다운로드 ▶ 뉴스에 지식을 담다 - 스브스프리미엄 앱 다운로드 ⓒ SBS SBS i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 언론인이자 여성인권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지난 2일 별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011년 '초연결시대, 함께 하는 미래를 위하여'라는 주제로 열린 SBS의 사회공헌 지식 나눔 글로벌 포럼인 SDF의 셋째 날 기조연사였습니다. 여성으로서는 첫 기조연사이기도 했어서 저에게는 더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습니다. 섭외를 위해 연락했을 때 언론사에 '미래부'라는 부서가 있다는 게 너무 흥미로워서 그런 언론사의 포럼이라면 참석하고 싶다고 했던 기억도 납니다. 본인도 언론인 출신이라 대개 언론사에는 '미래부'라는 부서가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발생만 쫓는 게 아니라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앞서 고민하고 대비하는 부서가 있다는 것은 아주 독특하고 특별하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SDF 2011 글로리아 스타이넘 기조강연 모습 ( © SBS) 2011년은 SNS, 즉 소셜미디어가 한창 꽃피기 시작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기술로 인해 전 세계의 발생을 동시다발적으로 인지하게 되고, 과거에는 연결되지 못했던 사람들이 연결되기 시작하면서 '아랍의 봄' [1] 같은 움직임이 가능해진 시기였습니다. 지금은 중독, 분열 등 SNS의 폐해를 많이 얘기하지만 당시에는 폐해보다는 장점이 더 강조되던 시대였습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모두에게 힘을, 글로리아 스타이넘 '연결'을 말하다 라는 제목으로 성별, 인종, 계층 등을 넘어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어지고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지를 기술이 보여주고 있다면서, SDF 같은 자리가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강조했습니다. 서로 이질적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아랍의 봄은 2010년 말 튀니지에서 시작돼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 여러 나라로 확산된 반정부·민주화 운동을 일컫는 말입니다. 여성, 역사적으로 '네트워트' 역할 부여받아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선구자 그레이스 호퍼(왼쪽), 시스코 공동창업자 샌디 러너(오른쪽) (©Grace Hopper and UNIVAC / via Wikimedia Commons / CC BY 2.0, © Cisco Systems Inc. / Courtesy of the Cisco Archive) "꼭 성별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여성에게 그런 역할이 주어져 왔기 때문"이라는 전제을 달면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테크 업계에서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에 가까운 방식으로 컴퓨터를 프로그램밍 할 수 있는 길을 열고 최초의 컴파일러 가운데 하나를 개발한 컴퓨터 과학자 그레이스 호퍼가 여성이었고, 서로 다른 통신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멀티프로토콜 라우터를 개발해 시스코를 공동창업한 샌디 러너 역시 여성이었다고 소개했습니다. 네트워크와 연결이라는 영역에서 강점을 보여온 여성들의 특성이 테크 분야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또 지금은 AI가 미칠 영향이나 폐해를 고민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당시에는 젊은이의 20%가 사람보다 인터넷과 더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 그 결과 사이버 왕따나 온라인 음란물이 문제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기술로 '상호보완체'로서의 평등한 인간의 원형을 복원해야" SDF 2011 글로리아 스타이넘 기조강연 모습 (©SBS)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역사적으로 문명이 가장 오래 선호해 온 모습은 둥그렇게 둘러앉아 같이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했는데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동생활을 하는 생명체이고,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봐도 둥그런 지구를 보며 우리가 서로 간의 상호보완체임을 인지하는 것과 같이, 오랜동안 인류는 평등한 원형적인 구조로서 서로를 지켜왔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인간은 유전적으로 서로 매우 유사하며, 우리가 인종과 성별, 계층 등으로 구분해 온 차이보다 공통점이 훨씬 크다면서 인터넷 같은 기술이 다시 우리 모두를 공동체로서 연결시킬 수 있다면 원형적인 이상적 모습을 복원해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남성이 돌봄을 더 많이 한다면 기술의 한계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여성도 남성이 하는 일을 다 할 수 있다는 인식은 많이 좋아졌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은 회사에서뿐 아니라 집에 오면 또 다른 일터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라 남녀의 일·가정 양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확실히 15년 전에 비하면 이제는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들도 늘었고, SBS만 해도 그때에는 한 명도 없던 여성 부장이나 국장 등 보직자들도 늘었지만 아직 그때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전한 통찰은 유효하게 느껴집니다. "평화 협상에서도 여성 참여 늘려야"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21세기는 상호의존성의 시대이며 남성, 여성이 다 필요한 시대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북아일랜드나 라이베리아의 사례를 보면 정치적 갈등이든, 종교 갈등이든 여성들이 큰 역할을 한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UN안보리 결의 1325호가 평화와 안보 과정에서 여성의 참여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것처럼 남·북한의 평화 논의에서도 여성이 가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습니다. SDF 2011 포럼장에서 기조연사 글로리아 스타이넘과 찍은 사진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기술은 축복이며 기적을 가져올 수 있지만, 우리가 기술을 만든 것이지 기술이 우리를 만든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은 '연결'과 '학습'으로 만들어진 존재임을 강조했는데요. 이제는 인간의 인지 기능마저 AI에 빼앗기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15년 전,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강조했던 서로 간의 '연결'이 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인지, 새삼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추모하며 되새기게 됩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글: 이정애 기자, calee@sbs.co.kr) *SDF 2011 당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기조연설은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방송본이라 동시통역이 더빙돼 있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qCpwc-Nz3Qo t=7s ▶ 이 기사의 전체 내용 확인하기 ▶ SBS기자들의 생생한 취재현장 뒷이야기 '취재파일' ▶ SBS 뉴스 앱 다운로드 ▶ 뉴스에 지식을 담다 - 스브스프리미엄 앱 다운로드 ⓒ SBS SBS i : 무단복제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