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4-30T15:41:00

[일사일언] 밥 잘해주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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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에게 밥을 해줄 때가 있다. 많게는 2주에 한 번, 적게는 한 달에 한 번. 스물아홉 명 전교생을 위해 음식을 만든다. 메뉴는 떡볶이, 어묵, 소떡소떡, 햄치즈토스트, 핫도그 등 그때그때 다르다. 대단한 솜씨도, 특별한 메뉴도 없지만 ‘식구(食口)’가 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함께 같은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건 같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뜻이다. 그 반대도 된다.코로나 시기가 계기였다. 팬데믹 이후 다시 만난 아이들은 달라져 있었다.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져 지낸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아이들은 홀로 보내는 일상에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학교의 일상을 왠지 서먹해했고, 소속감도 희미해진 듯했다. 사람은 ‘나’를 정의하는 소속이 사라지면 자존감까지 낮아질 수 있다. 힘들게 견뎠던 그 시간이 인류를 가시 세우고 웅크리는 고슴도치로 만들었는지, 코로나가 끝나고 몇 해가 지났건만 아이들 놀이터는 여전히 소셜미디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