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25T15:43:00

[일사일언] ‘마음 전문가’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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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방에서 어머니의 폐암 진단을 받은 지인이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에 모든 자료를 가지고 올라온다”고 연락을 했다. 가장 빨리 예약이 되는 순서로 최소 세 군데 병원에 들러 의사를 만나볼 참이라고 했다. 열차가 예정보다 5분만 늦게 도착해도 사과 방송을 하지만, 서울의 대형 종합병원은 그렇지 않다. 40분 지연, 70분 지연 알림이 떠도 불편한 대기실에 앉아 묵묵히 기다릴 수밖에 없다. ‘목숨이 달린 일’에 최고의 전문가를 찾으려는 욕망은 자연스럽다. 지방 의료를 살리려는 온갖 정책이 쏟아져도, 의료의 질과 전문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가 없다면 결국 환자들은 다시 서울행 열차표를 끊을 것이다.그러나 정신건강 영역만은 예외다. 당장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에 고속철에 몸을 싣고 명의를 찾아 헤매는 일은 드물다. 대개는 견디다 못해 가장 늦은 순간에야 겨우 문을 두드린다. 그렇게 용기 내어 처음 만난 전문가에게 상처를 받거나 불편함을 겪으면, 이들은 다시는 정신 건강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며 문을 닫아걸어 버린다. 그 과정에서 마음의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