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3-23T15:42:00

[일사일언] 불안을 먹고 자라는 ‘감시 사회’

원문 보기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홈캠(홈 카메라)을 달았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직장에서도 아이가 뒹굴거리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편리함에 금세 익숙해졌다. 문제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면서다. 홈캠의 시야 밖으로 아이가 사라지는 순간, 덜컥 조바심이 밀려왔다. 볼 수 없다는 게 이토록 불안한 일이었나 싶었다. 아이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켰다던 어느 유명인의 유별난 행동도 실은 이런 불안에서 출발했겠거니 싶다.우리 사회에서 감시에 대한 열망은 사적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공공장소와 사무실은 예사고, 마취된 환자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수술실까지 기어코 CCTV가 의무화됐다. 환자들이 먼저 요구했다는 점이 더 놀랍다. 어두운 골목마다 카메라를 더 달아달라고 주민들이 먼저 요구하는 모습도 서구 사회에선 낯설다. 사생활 침해보다 감시의 부재가 더 두렵다는 얘기다. 국가의 감시에 자발적으로 환호하는 감각은 대체 어디서 온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