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9-01T15:39:00
[일사일언] 내 소중한 두 분의 도서관
원문 보기“아이쿠. 낮잠을 자느라 좀 늦었습니다, 대표님.” 4년 전 선술집 ‘또또’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홀을 누비며 환한 미소로 손님맞이를 했던 아빠는 이제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깍두기’ 역할을 맡고 있다. 쑥갓을 적어드리면 참나물을 사 오시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에 아침마다 재래시장을 돌며 재료 공수를 하던 일도 줄었다. 아빠는 이제 벨이 울리면 손님들 앞에 세월의 옷을 입고 겸손히 서는 일을 맡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활기차게 손님들과 어울리는 모습 덕분에 또또의 마스코트가 되어 존재만으로도 가게에 힘을 보태고 있다.“볶은 김치가 왜 여기 있지? 분명히 없었는데, 사장님 나 또 만들었어 어떡하지?” 또또의 조리실장이자 가족 안에서 가장 총명하고 지혜로운 대장부였던 엄마도 세월 앞에서는 별수 없다. “네가 왜 이 일을 해. 우리 딸이 뭐가 부족해서 주방일을 해.” 설거지를 하다 말고 화상 자국투성이인 내 손을 잡고 울던 엄마는 이제 일선에서 물러나, 40여 년 바삐 움직인 손이 기억하는 레시피를 내게 하나씩 물려주는 것을 자신의 몫으로 여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