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04T15:41:00
[일사일언] 예술은 결국 인간에게서 태어난다
원문 보기먼 옛날 누군가 독수리 뼈에 구멍을 뚫었다. 입김을 불어넣자 소리가 났고, 인간의 목소리보다 멀리 뻗어 나갔다. 그 순간 뼈는 사냥의 전리품을 넘어 인류 최초의 관악기가 됐다. 누군가는 불타고 남은 장작으로 동굴 벽에 그림을 남겼다. 횃불 아래 그림자가 일렁이면 벽화 속 동물들은 살아 움직이는 듯했다. 뼈로 만든 악기와 숯으로 그린 벽화는 당시로선 고도의 첨단 기술이었을 것이다. 예술은 순수한 영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태초부터 예술과 기술은 불가분 관계였다.수만 년이 지난 지금, 예술의 도구는 인공 지능(AI)까지 진화했다. 전문 음악 교육을 받지 않은 일반인도 클릭 몇 번만으로 곡을 만들고, AI가 창작한 곡을 전문 연주자가 무대에 올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기술의 진화는 창작을 넘어 연주의 영역까지 이어진다. 수많은 연주 기록을 심도 있게 분석한 인공 지능은 음악적 표현과 스타일의 미묘한 차이를 무섭게 학습한다. 극한의 속도로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연주하는 로봇은 인간의 연주력을 위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