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7-16T15:42:00

[일사일언] 가면은 내 안의 얼굴을 드러내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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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쓴다고 해서 모든 걸 완벽히 감출 수는 없다. 때로 가면은 내 안의 여러 얼굴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낸다. 슈만의 피아노 모음곡 ‘사육제(Carnaval)’는 음악으로 펼치는 가면무도회다. 피에로와 아를르캥, 쇼팽과 파가니니, 클라라와 에르네스티네, 그리고 슈만 자신의 상반된 자아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1834년, 24세 청년 슈만은 이 곡을 작곡하면서 두 개의 이름을 4개의 음표에 숨겼다. 연인 에르네스티네의 고향과 자신의 이름에 들어 있는 공통의 알파벳들을 독일식 음 이름(라-미♭-도-시)으로 전환시킨 것이다. 이 짧은 음형이 작품 곳곳에 암호처럼 새겨진 덕분에 겉으로는 제각각으로 보이는 캐릭터들이 산만하게 흩어지지 않고, 공통의 맥락을 형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