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사려고 주식 판다…AI 랠리 흔들리자 월가 개미도 현금 쌓았다
원문 보기[서울=뉴시스] 박영환 기자 = 미국 뉴욕증시가 인공지능(AI) 랠리 피로감과 초대형 기업공개(IPO) 부담 속에 크게 출렁이고 있다.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이 기존 보유 주식을 팔아 현금을 마련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면서, AI가 이끌던 월가 상승장이 변곡점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최근 몇 주간 반도체주 급등과 사상 최고치 경신이 이어졌던 뉴욕증시가 올해 들어 가장 격렬한 변동 장세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다우존스 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나스닥종합지수는 최근 5거래일 동안 하루 평균 2.1% 등락했다. 최근 5년간 하루 평균 등락폭 1%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5일(현지시간) 나스닥은 4% 급락했다. 이는 2025년 4월 관세 충격 이후 가장 큰 낙폭이었다.시장 변동성을 키운 변수 중 하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저녁 예정됐던 이란 공습을 취소한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증시는 상승폭을 급격히 키웠다. 나스닥은 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P)500지수는 1.8% 올랐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도 1.9%, 약 930포인트 뛰었다.그러나 하루 급등이 시장의 불안을 지운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AI 랠리가 주가를 사상 최고치까지 밀어 올린 뒤 이제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여기에 스페이스X의 대형 IPO가 시장 자금을 흡수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이스X는 750억달러(약 115조원) 규모의 초대형 IPO를 앞두고 있으며, 주식은 12일(현지시간)부터 거래될 예정이다. 이어 AI 기업 앤트로픽과 오픈AI의 초대형 IPO도 대기하고 있다.파르나서스 인베스트먼트의 토드 알스턴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기간 내내 높은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며 AI 투자 열기 속에 추진되는 대형 IPO들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데이터업체 반다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번 주 이틀 연속으로 개별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전체적으로 이틀 연속 개별 주식을 순매도한 것은 코로나19 초기 이후 처음이다.반다리서치 분석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상장을 앞두고 현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했다. 리더캐피털의 슬라비크 콜레스닉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투자자들이 이 IPO들을 사려고 기존 보유 자산을 팔고 있다”고 말했다.WSJ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만 스페이스X IPO에 700억달러(약 107조원)가 훨씬 넘는 청약 주문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의 청약 주문은 실제 배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거래가 시작되면 증권 계좌를 가진 투자자들은 누구나 스페이스X 주식을 살 수 있다.초대형 IPO는 주식시장 전체의 수급 구도도 바꿀 수 있다. 스페이스X와 AI 스타트업들의 상장뿐 아니라 알파벳 같은 기존 빅테크 기업들도 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나 주식 발행에 나서고 있다.그동안 미국 증시는 IPO 감소와 대규모 자사주 매입 덕분에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드는 효과를 누렸다. 그러나 신규로 시장에 나오는 주식이 자사주 매입으로 흡수되는 물량보다 많아질 경우, 2000년대 초 이후 처음으로 시장 수급 환경이 바뀔 수 있다.언리미티드 펀즈의 밥 엘리엇 최고경영자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현재 주식시장은 상당 기간 보지 못했던 가장 큰 주식 공급 변화 중 하나를 맞고 있다”며 “자산시장은 하반기에 늘어나는 주식 공급 부담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AI와 기술주 랠리는 특정 종목에 대한 불안도 키우고 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이코노미스트는 10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전체 시장보다 개별 종목의 급등락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실적 부진, 경영진 교체, 경쟁 위협 같은 기업별 악재로 기술주 승자와 나머지 종목 사이에 벌어졌던 격차가 다시 좁혀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