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18T15:45:00

[일사일언] 사소한 다정함이 절실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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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열차의 창문은 앞뒤 두 자리에 걸쳐 길게 나 있다. 블라인드 하나를 앞사람과 뒷사람이 공유해야 하는 구조다. 바깥 풍경을 볼 일 없는 저녁 시간이라면 상관없지만, 문제는 내리꽂히는 햇살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고 누군가에게는 만끽하고 싶은 풍경일 때 발생한다. 열차가 지하를 벗어나 밖으로 나오자마자 아침 햇살이 따가워 블라인드를 내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앞사람의 의사를 알 수 없어 꽤 긴 시간 꾹 참았다. ‘이 정도 햇빛이라면 저분도 견디기 힘들 거야. 먼저 내리길 기다려야지.’ 하지만 그 바람이 무색하게 잠이 든 앞사람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블라인드를 한 칸씩 조심스럽게 내리기 시작했다. 한 칸 내리고 앞 사람의 눈치를 살피며 쉬었다가, 몇 분 후 그 다음 칸을 내렸다. 내 나름의 배려와 타협이었다. 블라인드가 창문의 절반을 가리니 자세만 고쳐 앉으면 적당히 빛은 가릴 수 있었다. 이쯤이면 앞사람도 나도 괜찮겠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