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니 옷장이 바뀐다"…비만 치료제 열풍에 패션시장도 '흔들'
원문 보기[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강건우 기자 = 비만 치료제가 식습관뿐 아니라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 사용자가 늘면서 체중 감량 이후 새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패션업계의 판매 구조도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영국 일간 더 가디언은 11일(현지 시간) 비만 치료제가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고 있다 며 체중 감량 약물이 식품·주류뿐 아니라 의류, 화장품, 스포츠용품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도했다.영국 슈롭셔에 사는 헤일리 그라이스(50)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마운자로를 복용한 뒤 7개 사이즈를 줄였다. 평생 영국 여성 의류 사이즈 26~28을 입었던 그는 현재 12 사이즈를 입으며 일반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고 있다.그라이스는 예전에는 맞는 옷을 찾는 데 집중해야 했다 며 최신 유행이나 내가 원하는 스타일을 선택하기 어려웠다 고 말했다. 하지만 체중 감량 후에는 색깔 있는 옷이나 눈에 띄는 옷도 피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면 입는다 고 했다.시장조사업체 PwC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약 5%, 약 300만명이 현재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 사용 경험이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9%에 달한다. PwC는 내년 말까지 사용자가 전체 성인의 13%, 약 700만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PwC는 하나의 의약품 계열이 영국 수백만명의 식습관, 음주, 운동 방식, 쇼핑 습관에 영향을 주고 있다 며 GLP-1은 단순히 식욕을 줄이는 것을 넘어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고 있다 고 분석했다.미국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성인 5명 중 1명꼴인 21%가 GLP-1 약물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들의 소비는 식료품과 주류 지출은 줄이고 의류와 건강 관련 제품 구매는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비만 치료제 사용자의 소비 변화는 패션업계에서 특히 두드러진다.PwC 조사에 따르면 영국 GLP-1 사용자 가운데 42%는 이전보다 의류 구매 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운동복과 파티·결혼식 등 특별한 날을 위한 의류 구매가 증가했다.패션 시장조사업체 민텔의 타마라 센더 세론은 35~54세 여성 10명 중 1명이 해당 약물을 사용하고 있다 며 25~44세 연령층에서는 사용률이 13%로 가장 높다 고 설명했다.패션업계에서는 체중 감소 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전환용 옷장(transition wardrobe) 수요도 커지고 있다고 본다. 몸에 맞는 사이즈가 계속 변하는 만큼 한 번에 많은 옷을 사기보다 유연하게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반면 큰 사이즈 의류 시장은 영향을 받고 있다.영국 패션기업 베이지플러스는 최근 2년간 매출이 20% 감소했다고 밝혔다. 헨니 펀리 최고경영자는 누군가 건강을 개선하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상업적 관점에서 비만 치료제가 플러스 사이즈 패션 시장을 매우 빠르게 바꾸고 있다 고 말했다.미국과 영국의 일부 플러스 사이즈 브랜드들도 판매 감소를 보고하고 있다. 영국의 패션 유통 업체 넥스트(Next)의 사이먼 울프슨 최고경영자(CEO)는 애널리스트들에게 매우 큰 사이즈 제품 판매가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반대로 중간 가격대 의류 브랜드는 수혜가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GLP-1 열풍이 단순한 체중 감량 유행을 넘어 소비자의 정체성과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분석한다.PwC의 재클린 윈저 영국 리테일 부문 책임자는 체중 감량은 사람들의 삶에서 매우 큰 사건 이라며 두세 사이즈가 줄어드는 것은 새로운 모습, 새로운 정체성을 의미한다 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hkim@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