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11T15:42:00
[일사일언] 빈 강의실의 전력 파수꾼
원문 보기나는 4년째 운전하지 않는다. 행여 운전대를 잡았다가 학생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계기는 강의실에서 시작됐다. 나는 매 학기 ‘지구를 생각하는 예술’을 강의하고 있다. 기후 위기를 경고하며 비발디의 ‘사계’를 낯선 불협화음으로 재해석한 현대 음악, 녹아내리는 북극의 빙하 앞에서 위태롭게 울려 퍼졌던 피아니스트 루도비코 에이나우디의 연주, 지구 온난화의 위태로운 수치를 음표로 번역한 첼로의 절규까지. 인간의 편리함 이면에 고통받는 자연의 목소리를 음악으로 마주하는 시간이다. 강의 말미에 학생들에게 이렇게 제안했다. “지구를 위한 일상의 행동을 공유해 봅시다.”청년들의 대답은 소박하지만 단단했다.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산더미처럼 버려지는 일회용 컵을 보고 ‘방관자가 되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학생, 데이터 센터의 막대한 전력 소모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 유난하다는 핀잔을 감수하면서도 잔반을 남기지 않는 학생들이 있었다. “나 하나 달라진다고 지구가 바뀌랴”는 의구심 대신에 “나 하나라도”라는 책임감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