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8-26T15:39:00

[일사일언] 미술도 ‘세 줄 요약’ 아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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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일상의 자그마한 것에서 엉뚱한 모양을 발견하고는 했다. 벽지의 무늬에서 얼굴을 찾고, 바닥의 얼룩에서 동물의 윤곽을 보았다. 사람들이 아무 관련 없어 보이는 푸른 하늘에서도 기어코 토끼 모양의 구름을 찾아내는 것처럼. 세계는 가만히 놓여 있는 듯 보이지만, 오래 바라보면 조금씩 다른 얼굴을 내민다.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전을 보았다. 논리의 설계와 언어의 해체. 개념미술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정의마저 부정함으로써 오래 보고 사유하게 하는 무언가가 그 전시에는 있었다. 시각적 아름다움보다 사고의 구조에 가까운 작품도, 언어의 틀을 벗어나 주관적 의미나 물성(物性)을 강조하는 작품도 보였다. 이것은 개념미술인가, 아닌가. 전시는 답을 알려주기보다 그 질문 앞에 조금 더 머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