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7-27T15:39:00

[일사일언] “지금 여기가 어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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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자주 듣는 철학적 질문이 있다. “지금 여기가 어디예요?” 존재론적 방황에 빠진 사람의 물음 같지만, 실은 열차가 어느 역에 멈췄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승객의 다급한 질문이다. 삶의 좌표가 아니라 열차의 좌표가 급한 것이다.경로석에 앉아 있는 어르신들은 사람들의 다리 사이로 고개를 빼고 이리저리 살펴보지만 속 시원하게 역 이름을 확인하지 못한다. 급기야 눈이 마주친 이에게 역 이름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라서 출입문으로 뛰쳐나간다. 출근길 잠시 눈을 붙였다가 무심코 깬 직장인도 마찬가지다. 조금 더 자도 될지, 이제는 눈을 뜨고 슬슬 나갈 준비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좀 더 요령 있는 프로 승객은 스마트폰의 지도를 켜서 ‘내 위치’를 확인하는 전략을 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