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04-11-15T12:38:05

탱고에 태극기 휘날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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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속적인 ‘병신춤’으로 서민들의 심금을 울린 공옥진(73) 여사의 조카가 ‘목포의 눈물’을 앞세운 한국형 탱고로 탱고의 본고장 아르헨티나를 휘어잡았다.탱고 댄서 공명규(48)씨가 지난 2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세르반테스 국립극장에서 두 여성 무용수 유수정(37), 장소정(36)씨와 함께 탱고 춤의 마지막 스텝을 무대 위에 내리꽂았을 때 관객들의 탄성과 환호가 공연장을 휘감았다.공연장인 세르반테스 극장은 아르헨티나가 자랑하는 세계적 명물 콜론 극장과 더불어 공연 작품에 대한 사전심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곳. 공씨는 현지인들도 공연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이 극장에서 세계적인 탱고 댄서 로베르토 에레라(Roberto herrera)와 이날 합동 공연을 펼쳤다.“한국과 아르헨티나가 수교 40주년을 맞았어요. 하지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돈만 밝힌다’며 한국인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이 아직 많아요. ‘한국적 탱고’를 선보임으로써 아르헨티나에 남은 감정의 찌꺼기를 없애버리고 싶었습니다.”공씨는 ‘밀롱가’ 등 아르헨티나 정통 탱고에서 시작, ‘목포의 눈물’ ‘아리랑’ 등 한국인의 애환이 깃든 노래에 맞춰 우리식으로 소화한 ‘퓨전 탱고’를 잇따라 선보였다.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주제로 애잔한 선율을 지닌 남미 탱고곡과 비슷한 감성을 지닌 이들 노래가 울려퍼지자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지난 80년 태권도 사범으로 아르헨티나로 이민 갔던 공씨는 연방경찰 등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다 제자들을 통해 탱고의 매력을 알았다고 했다. 공씨는 태권도 7단, 쿵후 7단에, 프로골퍼로 미국 PGA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낮에는 태권도를 가르치고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탱고를 배우러 다녔어요. 동양인이 탱고 수업을 한다니까 기술 가르쳐주기를 꺼리는 분위기였고 상대 무용수 구하기도 쉽지 않아 혼자 나무를 붙잡고 연습할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 96년 ‘한국에 탱고를 알리겠다’는 마음을 먹고 귀국, 서울에서 탱고아카데미를 운영하면서 탱고인을 양성하는 데 주력, 아르헨티나 정부로부터 ‘한국인 탱고 홍보대사’로 임명 받았다.세르반테스 극장 공연이 끝난 뒤 아르헨티나 정부는 공씨에게 탱고를 널리 알려준 데 대해 감사패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