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8-05T15:39:00
[일사일언] 말보다 먼저 마음에 와닿은 것
원문 보기고교 3학년 때 마크 로스코의 ‘무제’를 처음 보았다. 붉은색이 넓게 놓인 화면에는 인물도 풍경도 사건도 없었다. 그때의 나는 추상화보다 구상화에 더 끌리던 학생이었다. 그러니 무엇을 보아야 하는지 알 리 없었다. 그림을 찾아보다가 우연히 한 기사를 읽었다. 누군가는 그 붉은 색면(色面)에서 로스코의 죽음을 예감했다고 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 일화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형상이 없는 화면도 누군가에게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색도 말할 수 있구나. 재현하지 않아도 전달될 수 있구나. 그때부터 추상화가 다르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