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홍해·흑해 막혔다…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비상
원문 보기[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세계 에너지 공급망이 페르시아만, 홍해, 흑해에서 동시에 위협받고 있다. 전 세계 원유 비축량도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급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22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이번 주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유조선 운항을 차단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의 최대 수출 통로가 된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쟁 이전 전 세계 해상 원유 운송량의 약 12%를 담당했다.흑해에서도 공급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원유 수출의 약 3분의 1을 처리하는 노보로시스크 항 인근을 집중 공격해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산 원유를 흑해로 운송하는 송유관 가동을 중단시켰다.호르무즈 해협, 바브엘만데브 해협, 흑해 등 세 개의 핵심 해상 병목지점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전 세계 원유 공급의 약 4분의 1이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이다.에너지 시장의 대응 여력도 크게 약화됐다. 미국의 상업용 재고와 전략비축유(SPR)를 포함한 원유 재고는 17일 기준 한 주 동안 300만 배럴 감소해 레이건 행정부 시절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정부 비축유도 지난달 4400만 배럴 줄어 1990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국제유가는 이날 배럴당 95달러를 넘어 미국과 이란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전인 6월 10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원유보다 더 위험한 정제유 쇼크 …디젤 공급망 흔들린다시장에서는 원유보다 정제유 공급난을 더 우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유시설 상당수가 피해를 입으면서 세계 2위 디젤 수출국인 러시아의 정제 능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EA애널리틱스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정제량은 이번 달 하루 평균 400만 배럴에도 못 미쳐 20여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는 지난 8일부터 이달 말까지 디젤 수출을 전면 중단했으며,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 제한도 유지하고 있다.우드맥킨지의 이사벨 길크스는 러시아 정제 능력의 3분의 1 이상이 가동을 멈췄고 디젤 수출도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며 제재로 부품과 기술자 확보가 어려워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 이라고 전망했다.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정제유 공급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원유는 일부 우회 수출이 가능하지만 디젤과 항공유 등 정제유는 대체 운송 경로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모건스탠리는 정제시설 가동이 충분하지 않아 원유를 제품으로 전환하지 못하고 있다 며 원유 가격 상승은 제한되는 반면 정제유 시장은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 고 분석했다.홍해 항로가 막히면서 운송 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사우디 원유를 아시아로 운송하려면 수에즈운하와 희망봉을 우회해야 해 항해 기간이 10~15일 늘어나고,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은 만재 상태로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없어 운송 효율도 떨어진다.후티 반군 정치국의 히잠 알 아사드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지중해를 이용한 우회 수송은 어리석은 행동 이라며 필요하다면 사우디 원유 생산시설까지 공격해 공급 자체를 차단할 수 있다 고 경고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nly@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