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05T15:41:00

[일사일언] 동생을 ‘인터뷰’하기 전에는 몰랐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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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을 하게 되면 꼭 하고 싶었던 일 중 하나는 나의 가족을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소설가가 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일종의 명분이 필요했던 것 같다. 가족이라는 근거리의 관계를 인터뷰이(interviewee)라는 원거리의 관계로 전환할 명분이. 그저 체면의 문제였을 수도 있다. 내가 무슨 소설을 쓰는지도 모르는 가족에게 소설가 지망생의 신분으로 당신의 삶을 들려달라고 할 만한 배짱이 내겐 없었다.이 생각은 20대 초반에 ‘대한민국 원주민’이라는 만화를 보고 나서 갖게 됐다. ‘송곳’과 ‘지옥’을 그린 최규석의 자전적 만화로, 이 책에는 자신의 어린 시절뿐 아니라 부모의 과거까지 수십 년의 시간이 담겨 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게 ‘원주민’을 방불케 하는 삶이 이토록 가까이 있었다는 데서 놀라운 한편, 언젠가 나도 가족들의 인생사를 들어보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다. 그들에게서 원주민의 모습을 발견하며 그들을 더 이해해 보겠다는 치기 어린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