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8-10T15:38:00

[일사일언] ‘전국 호구’들을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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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히 챙기고 끝까지 따지는 일을 잘하지 못한다. 이렇게 하면 내가 이득을 보는 것인지 손해를 보는 것인지 같은 것들 말이다. 선의와 호의로 어떤 일을 하면 상대방도 똑같이 그럴 것이라고 대충 순진한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누군가는 내게 경제 개념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비슷한 맥락에서 ‘전국 호구’라는 말도 자주 들었다. 이렇게 살아도 큰 사고 없이 이 사회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특별히 운이 좋아서가 아니라,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제도가 누군가에게는 생사를 가르는 일이라는 걸, 예전에 참석한 학회 초청 특강에서 깨달은 적이 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김진주 씨의 강의였다. 그 자리에는 서현역 칼부림 사건 희생자의 부모님도 함께하고 있었다. 2022년 5월 22일 이후, 그녀는 ‘김진주’라는 가명의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사건의 개요부터 이 자리에 서게 된 과정, 범죄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단한 언어로 강의를 이어가는 그녀의 메시지에 온전히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