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6-25T15:41:00
[일사일언] 마음이 번잡해질 땐 ‘푸가’ 연주를
원문 보기푸가를 따라가다 돌림 노래를 부를 때, 오묘한 일이 일어난다. 한 목소리가 먼저 노래를 시작하면 다른 목소리가 시차를 두고 따라붙는다. 선율과 가사가 서로 어긋나는데도 조화롭게 들리고 겹치면 겹칠수록 풍성해진다. 이런 다성 음악을 ‘폴리포니(Polyphony)’라 일컫는다. 돌림 노래가 다성 음악의 기초라면 푸가는 그 원리를 한층 정교하게 발전시킨 정점에 해당한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는 여러 선율을 치밀하게 엮어 푸가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이탈리아어로 ‘도망’을 뜻하는 푸가(Fuga)는 얼핏 쫓고 달아나는 음악처럼 보인다. 하지만 바흐가 평생 마음에 품었던 성경 구절을 떠올리면 의미가 달라진다. “나를 따르는 자는 생명의 빛을 얻으리라.” 푸가는 긴박한 탈주가 아니라 신실한 이끌림으로 재정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