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유소 30억 제한' 푼 정부…국민 목소리 살폈다면
원문 보기[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연 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주유소도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로 추가해 모든 주유소에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고유가 피해 지원금이니까 기름 정도는 넣을 수 있게 해야 되는 것 아니냐 며 주유소 이용 제한을 풀어주는 방향으로 방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기자는 지난달 11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열린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 계획 브리핑에서 이번 지원금이 고유가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인데, 연 매출액 30억원이 넘는 주유소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 며 주유소 사용 여부를 물은 바 있다. 실제 전국 주유소의 약 58%가 연 매출액 30억원을 초과해 지원금 사용이 불가한 상황이었다.이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당시 국민의 사용 편의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 및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취지도 있기 때문에 30억 이하 주유소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며 그 원칙은 지키도록 하겠다 고 답했다. 고유가 피해 지원금 사용처는 연 매출액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매장 및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주유소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이후에도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거론됐지만, 정부는 동일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행안부는 지난달 22일에도 보도 설명 자료를 통해 연 매출액이 높은 주유소에서 일괄적으로 사용을 허용할 경우 상대적으로 입지 등이 불리한 30억원 이하 영세 주유소의 어려움이 우려된다 며 지역 골목상권 전반에 대한 지원이라는 정책 취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 고 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하루 만에 이러한 원칙 을 뒤집은 것이다.물론 모든 정책이 완벽할 수는 없고, 정책 집행 과정에서 국민 불편 등이 발생한 경우 이를 최대한 빨리 시정해 보완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당시에도 정부는 국민 불편이 제기되자 소비쿠폰 사용처가 제한적인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하나로마트 사용처를 추가 확대하고, 군 장병들은 복무지 인근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한 바 있다.그러나 이번 고유가 피해 지원금의 경우 정부는 국민의 계속되는 불편 호소와 개선 요구에도 원론적인 입장만 반복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 혼선과 불편만 초래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원금 지급 첫날 대형 주유소를 찾은 시민들은 지원금 사용처가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고, 지도 앱을 켜며 대상 주유소를 찾아 헤매야 했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해 연 매출액과 관계 없이 모든 주유소로 지원금 사용을 확대한 점은 환영한다. 다만 지원금 지급 개시에 앞서 국민의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여 정책을 살피고, 이를 보다 세심하게 반영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정책 집행 과정에서 대통령의 지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국민의 목소리다. ◎공감언론 뉴시스 kkangzi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