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19T15:41:00
[일사일언] 몸을 통해 존재하기
원문 보기몸은 정직하다. 잘못 사용하면 아프고, 안 사용하면 녹슨다. 심리적으로 위축되면 몸부터 움츠러들고, 마음이 아프면 몸이 먼저 아려온다.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뼈와 근육이 있던 시절에는 몸이 견디지 못할 일이 거의 없었다. 높은 곳에 올라가 힘껏 뛰어내리거나,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하루 종일 뛰어다녀도 몸은 그 충격을 감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속박과 통제가 덕지덕지 붙어 딱딱하게 굳은 내 몸은 이제 작은 충격에도 쉽게 탈이 난다. 몸의 사소한 신호를 무시하고 아등바등 살다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생각해 보면 어른이 되고 대부분의 시간 동안 몸은 ‘방해물’이었다. 일하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는 존재였고, 피로에 찌들어 생각을 방해하는 ‘장애물’이었다. 항상 뛰어넘고 이겨내야 하는 존재였다. 연기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운동성이나 유연성, 소리 같은 기술을 수행해야 했다. ‘안 되는 몸’ ‘뒤처진 몸’ ‘향상시켜야 하는 몸’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늘 몸을 부정하기 바빴다. 당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기호를 사용한 언어’가 필요하다고 여겨 연극을 시작했었다. 그런데도 몸을 부정하기 바빴다니 아이러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