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4-01T15:36:00
허준이를 수학자의 길로 이끈 스승… ‘특이점’ 난제 해결
원문 보기고교생 때 이등변 삼각형 증명 문제를 2주 내내 매달린 적이 있어요. 길을 걸어가면서도 이 문제만 생각하다 전봇대에 머리를 부딪쳐 웃음거리가 됐을 정도였죠. 결국 증명해낸 만족감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답니다. 15남매 중 일곱째 아들인 나는 원래 피아니스트를 꿈꿨어요. 대학교 3학년이 되고 나서야 수학자의 길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늦깎이 수학자’인 셈이죠. 일본을 방문한 오스카 자리스 하버드대 교수님을 만난 것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었습니다. 이 분의 권유로 하버드대로 유학을 갔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실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나는 30대 후반이던 1970년에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성과가 ‘특이점 해소’ 이론입니다. 수학에서 특이점은 그래프나 도형이 매끄럽지 않고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거나, 자기들끼리 꼬여서 복잡해진 지점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매끈한 종이를 아무렇게 구겼을 때 생기는 뾰족한 꼭짓점들을 특이점으로, 이를 다시 펴서 매끄러운 종이로 변형하는 것을 ‘특이점 해소’로 빗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꼬이고 뾰족해진 도형을 원래의 매끄러운 상태로 되돌리는 방법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내가 수학적으로 증명한 것입니다. 이를 계기로 수학자들은 복잡한 식이나 도형을 훨씬 다루기 쉬운 상태로 변형해서 연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