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4-14T15:41:00

[일사일언] 번거로워서 더 편한 아날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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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말이지만 아날로그의 불편함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요즘엔 LP판을 뒤집는 수고로움이 그렇게 아늑하다. 앱을 통해 재생 목록을 스트리밍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듣던 내가 음악을 업으로 하는 남편을 만나 누리는 사치다.스트리밍되는 음악은 사실 감상하는 음악이 아니라 배경이 되는 음악이다. 귀에 익으면 음악이 흐르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LP로 듣는 음악은 끊임없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판의 미세한 스크래치와 먼지에서 나는 잡음이 만들어내는 우연성이 귀를 계속 붙잡아 둔다. 그 소리에 익숙해질 즈음 한 면이 다 돌고 급기야 소리가 멈춘다. 이번엔 귀를 붙잡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길까지 닿게 만든다. 이렇게 남편의 애장품이었던 LP 덕분에 오랜만에 ‘배경이 되는 음악’에서 벗어나 ‘감상하는 음악’을 다시 만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