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3-10T15:41:00

[일사일언] 김치를 안 먹으면 한국인이 아닌가요?

원문 보기

나는 홍차나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성인이 되고서야 카페인에 취약한 몸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릴 때는 홍차를 마시지 못해 곤혹을 치르는 일이 많았다. 튀르키예에서 홍차는 그 위치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차이(çay)’라고 불리는 뜨거운 홍차는 기호식품이 아니라 꼭 마셔야 하는 문화의 기반이다. 아침 식사를 비롯해 언제든 담소를 나누는 자리에 차가 빠져선 안 된다.튀르크 어린이들은 유아기를 지나며 차 훈련을 받는다. 한국에서 김치를 씻어 먹기 시작하는 것과 비슷하게 미지근한 물을 섞어 연하게 탄 차부터 시작한다. 대부분 설탕을 잔뜩 넣은 차지만 어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제법 신나는 일이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차를 마시기 힘들었다. 몸이 카페인을 거부했던 것인데 그때는 그것이 반항으로 여겨졌다. “튀르크가 돼서 차를 안 마시면 어떡해?” 집안 어른들로부터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필 외가가 홍차 생산지인 흑해 지역이라 잔소리의 강도는 나날이 더해졌다. 차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른 집에서 나는 언제나 이방인이었다. 차도 못 마시는 어린아이였고, 자기 근본도 모르는 문제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