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조선일보 2026-05-24T18:00:00

보랏빛 라일락… ‘신의 형벌’ 당뇨병을 이겨낸 구원의 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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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유럽 여행 중 들판과 강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보랏빛 꽃을 본 적이 있다. 동행한 지인이 ‘프렌치 라일락’이라는 꽃 이름을 알려주었다. 한국에서 흔히 보는 라일락 나무와는 전혀 다른 꽃 모양이다. 서양에서는 염소에게 먹이면 젖이 잘 나온다고 해서 ‘염소풀’로도 불린다고 한다.이 식물을 다시 떠올리게 된 것은 당뇨병 치료제의 역사를 살펴볼 때였다. 17세기 영국의 한 약초학자 니콜라스 컬페퍼는 약초서에 “프렌치 라일락이 극심한 갈증과 과도한 소변을 완화하는 데 탁월하다”고 기록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당뇨병은 원인도 치료법도 알 수 없는 기이한 병이었다. 물을 마셔도 끝없이 갈증이 이어지고, 눈에 띄게 살이 빠지며, 달콤한 냄새가 나는 소변을 보다 결국 혼수 상태에 빠져 목숨을 잃는 병이 당뇨병의 실체였다.